"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마태복음 11장 28절
지난주부터 급격하게 몸이 안 좋아지신 아버지를 뵈러 주일에 대구로 갔습니다.
하루 밤을 자고 월요일 저녁에 다시 포항으로 왔습니다.
길어도 몇 일을 못 보내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오늘이라도 돌아가실 수 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새벽 2시 누님에게 전화가 옵니다.
"아버지 돌아가셨다."
마음에 드는 생각은 슬픔과 감사와 소망입니다.
몇 달 전부터 "편안히 하나님 나라에 갈 수 있게 기도해 달라."
자녀들에게 부탁하셨습니다.
지난주부터는 "하나님의 천사 나팔 불 때 영광 가운데 만나자."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미안하다." 말씀하셨습니다.
아마 저 뿐만이 아니라 모든 자녀에게 그렇게 말씀하셨을 것입니다.
너무 존경하는 아버지이고 목사님이셨지만 따뜻한 아버지는 아니셨습니다.
그런 아버지를 이해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아버지이기 전에 철저한 목사셨습니다.
대구에서는 손 꼽히는 성공한 목사였지만 가난하고 청렴한 목사였습니다.
목사는 좋은 차를 타도 안되고 비싼 음식을 먹어서도 안된다고 생각하셨던 아버지.
당연히 해야 할 노회장의 자리도 사양하신 아버지. 총회장 추천도 사양하셨던 아버지.
가난하게 키워서 미안하다 말씀하셨습니다.
가족 여행을 간 적이 거의 없습니다.
쉬는 것을 몰랐고 쉬면 안된다고 생각하시는 목사였습니다.
교회를 비우면 안된다고 생각하셨던 아버지.
자녀들이 분가하고 부모님을 모시고 간 가족 여행은 수련회로 끝이 났습니다.
가족 여행을 가도 식당에 가서 비싼 음식 먹는 것을 안된다 하셨고.
그래서 가족 여행은 한번으로 끝나버렸습니다.
어제 저녁 움직이지 못하시고 말도 못하시는 아버지의 옆에 가족들이 둘러앉아 예배를 드렸습니다.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찬송을 불렀습니다.
'지금까지 지내온 것' '내 영혼이 은총 입어.'
늘 입에 달고 사시는 찬양이자 삶의 고백입니다.
한 두 달 전부터는 장례 찬송을 불러 달라 하셨습니다.
하늘 가는 밝은 길이. 저 높은 곳을 향하여.
충분히 복에 넘치게 살았으니 더 살게 해 달라 기도하지 말라 하셨습니다.
내가 떠나도 슬퍼하지 말라 하셨습니다. 그토록 기대하던 천국에 가는 것이니.
20대에 받은, 종양을 제거하고 인공 척추를 4개나 넣는 큰 수술.
수술은 잘 되었지만 40을 넘지 못할 거라는 의사의 진단과 달리 93년을 사셨습니다.
몇 달 전 병원에서 사진을 찍어보니, 의사가 기적이라고 합니다.
이미 수명이 40년이 지난 인공 척추를 달고 누구보다 건강하게 사셨습니다.
암으로 추정되지만 아버지는 진료도 치료도 거부하셨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충분히 사셨다는 것입니다.
자녀들에게. 손주에게 하시는 말씀은 늘 한결같습니다.
"천국에서 만나자."
말씀과찬양교회는 아버지의 마지막 교회입니다.
30년 목회의 퇴직금을 하나도 쓰지 않으시고 헌금하셨습니다.
그래서 이 새벽에 교회에 오고 싶었습니다.
본당에 앉아 있으니 저 강대상에서 말씀을 전하시던 아버지가 생각이 납니다.
아버지는 떠나간 것이 아니라 먼저 가셨습니다.
우리 모두가 가야 할 길입니다. 아버지가 먼저 가 계시니 죽음 앞에 두려워 할 이유가 없습니다.
아버지는 돌아가신 어머니가 보고 싶다 하셨습니다. 먼저 간 형제들을 만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아버지. 그렇게 소원하시던 일이 이루어졌으니, 많이 슬퍼하지는 않겠습니다.
아버지. 너무 고생하셨습니다.
조금만 기다리면 사랑하는 자녀들이 만나러 가겠습니다.
이제 병든 육신도 내려놓았으니 편히 쉬세요.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