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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병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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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태환목사
댓글 0건 조회 591회 작성일 23-01-31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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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급하게 병문안이 허용된다고 해서 대기하고 있다가 아버지를 뵙고 왔습니다. 

캐나다 형님과 조카들, 저희부부, 동생이 아버지를 만나고 기도하고 10분정도 대화를 했습니다. 
강단에만 서시면 힘이 나시던 아버지는 이제 겨우 들릴듯이 말씀하셨습니다. 

유언으로 남기신 말씀들도 하나님 잘 믿어야 한다는 말씀과 목회를 하는 세 자녀에게는 성도들을 말씀으로 잘 가르쳐야 한다는 유언이였습니다.
형제들 서로 돕고 살라고 하셨고, 어머니를 잘 모셔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가족들 한 사람 한사람 이름을 부르며 사랑하고 고마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연세가 90인 아버지는 일제 강점기도 지나셨고, 6.25전쟁도 겪으셨고, 가난했던 이 나라가 잘 살게 되는것도 보셨습니다. 
한국 교회의 부흥과 너무 빨리 시들어가는 침체기도 경험하셨습니다. 

결국은 하나님의 말씀외에는 죽음앞에 아무것도 없음을 자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지난 한 주간 아버지 집에서 병원을 오가며 느낀것은, 너무 검소하게 사셨던 부모님의 모습입니다. 

제가 어릴때 저희 집은 겨울에 따뜻한적이 없었습니다. 여름에 시원하게 보낸적도 없습니다. 

성도들의 헌금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늘 감사하게 생각하신 아버지는 무엇이든 절약하셨습니다. 

은퇴하실때 교회에서 마련해준 집은 너무 좋은 집인데, 너무 추웠습니다. 

그 넓은 집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주무시는 방에만 보일러를 틀고 20년을 사셨고, 그러다보니 다른 방에는 문제가 생겨서 보일러를 틀어도 따뜻해지지 않았습니다. 

부모님이 주무시던 방에 잠을 잔 사람들 외에는 다들 추워서 잠을 설쳤습니다.


병문안을 마치고 남덕교회 묘지 공사를 하는 곳에 갔습니다. 남덕교회는 교회묘지가 없었습니다. 

최근에 한 장로님이 자신의 선산을 교회에 헌물하셨고, 믿음의 부모님인 목사님께서 꼭 교회묘지에 묻히시면 좋겠다고 모든 준비를 해 놓으셨습니다. 

아버지는 고향묘지에 묻힐 계획이셨는데, 장로님께서 아버지를 교회묘지로 모시고 꼭 여기에 묻히셔야 한다고 부탁을 하셨습니다. 

이제 아버지는 교회묘지에 묻히겠다 마음을 정하셨습니다. 


가족모두가 묘지를 돌아보며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아버지의 목회를 기억합니다. 

수십명이 모이던 교회가 2000명이 넘는 교회로 성장하였음에도 늘 검소하셨고, 얼굴내밀고 이름 알리는 자리에는 단 한번도 가지 않으셨습니다.
대구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교회를 목회하시면서, 가만히 있어도 순서가 돌아오는 노회장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교인들 심방할 시간도 부족하다는 이유였습니다. 정치인들이 교회에 찾아와도 인사한번 안시키시고 돌려보내시는 분이셨습니다.

 

너무 보수적이고 고리타분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은퇴하고 난 이 후 아버지보다 더 평안한 노후를 보내는 목사님을 본적이 없습니다. 

은퇴하고 20년동안 매일 아침 어머니와 함께 자녀들을 위해서 예배드리는 그 삶이 아버지의 전부였습니다. 

자신이 목회한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는 몇안되는 원로목사님이였습니다. 


교회가 성장하고 부흥할때마다 앉을 자리가 없어야 교회를 지었습니다. 

건축때마다 퇴직금을 결산해서 건축헌금으로 다 해버리셔서, 막상 은퇴할때에는 퇴직금이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하나님께 드린것이니, 은퇴하면 조그만한 집에서 조용히 사시겠다는 바램과 달리, 교회는 좋은 집을 아버지 몰래 계약을 했고

30년 퇴직금도 정산해서 아버지에게 드렸습니다. 


그 퇴직금을 받으시고, 세상에 퇴직금을 두번 받는 목사가 어디 있냐고 쓰지 않고 사회단체에 기부하려고 하셨던 아버지는 

막내 아들이 개척하겠다는 선언에 그 퇴직금 전액을 헌금하셨습니다. 

원래 말씀과 찬양교회는 상가를 임대해서 시작하려고 계획했었습니다. 

뜻하지 않은 아버지의 헌금으로 시작된 이 교회가 아버지의 마지막 기도의 제목이 되었습니다. 


이제 포항으로 와서 아버지의 소식을 듣고 있습니다. 

살려달라는 기도보다는 아버지가 기대하셨던, 평안하고 기쁜 마지막이 될수 있게 해 달라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제 하나님의 나라에서 자녀를 기다리며 기도하기 원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바라보며 기도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자녀들에게 남기고 싶은 아버지의 유언속에 이 죽음의 과정이 있다는것을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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