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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만의 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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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태환목사
댓글 0건 조회 77회 작성일 24-03-14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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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설 명절을 보내는 중에 뜻밖의 전화를 한통 받았습니다. 새벽 2시가 지나 술에 잔득취한 목소리였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저는 유난히 한 살 어린 후배들이 저와 친하게 지냈습니다. 늘 붙여 다녔고, 찬양단도 같이 했었습니다. 

중고등학교 수련회, 청년부 수련회때도 늘 같이 다녔고, 농촌봉사활동을 떠나면 선발대로 먼저가서 열심히 봉사를 했습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즐겁게 그렇게 추억이 많았던 후배들입니다. 남자들끼리 뭐가 그렇게 재미있었는지.... 


그 후배들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너무 보고 싶었고 연락하고 싶었는데, 뭐가 그리 바빴는지 잘 되지 않았다고. 

동기들 모여서 술을 먹다가 제 이야기가 나왔는데, 다들 궁금하다고 전화하라고 하고, 그 중에 철든 녀석은 목사님한테 새벽에 술먹고 전화하면 안된다고 버티다가 전화를 한거라고 합니다. 

30년만입니다. 얼굴을 보면 잘 몰라볼수도 있을 겁니다. 아마 본인은 전화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도 못하겠지요. 


기억에 남는 몇몇 대화가 있습니다. 

"형은 목사로 사는거 힘들지 않아요? 외롭지 않아요?"


새벽2시에 뜬금없는 질문이였습니다. 하지만 친했기때문에, 젊은 시절을 함께 보냈기 때문에 할수 있는 질문이였고, 뜻밖에 그 질문이 마음에 위로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힘들면 술이라도 먹고, 친구들도 만나고, 

                    즐거면서 잠시 잊을수 있지만, 형은 힘들지 않아요?"


성도들은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입니다. 목사님은 우리와 다른 수준의 신앙이니 그리 힘들지 않을것이다. 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답답할때 찾아오고, 상담하고, 기도해달라고 합니다. 당연히 목회자가 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해결되면 찾지 않습니다. 의지할 대상이고, 때로는 불평과 원망의 대상이 됩니다. 


의외로 목회자들 중에 우울증을 앓는 분들이 많고, 공황장애에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나님으로 부터 누리는 위로가 있지만, 사람이기에 사람들 사이에서 누리는 위로가 필요 하지만, 목사의 삶은 칼날위에 서 있는 삶입니다. 

약한 모습을 보이면 자격을 의심받고, 실수하면 실패가 됩니다. 쌓이는 감정적 위기는 번아웃이 지나가도 드러나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은 성도들의 차지입니다. 


후배와 30분이상 통화를 했습니다. 횡설수설하며 계속 반복하는 말은 비슷합니다. 

"형님이 너무 불쌍해보인다."는 것입니다. 교회 안다니는 애가 목사보고 불쌍하답니다. 

교회에 나가지 않은지가 10년이 넘는다고 합니다. 교회서 말하는 거룩과 경건으로 사는것이 숨막히는 두려움이 된다고 합니다. 

술마시지 않고, 즐겁지 않은 인생을 살 자신이 없다는 것입니다. 


"형님 나는 나이가 50이 넘었다는게 믿어지지가 않는다. 

             아직 20대인것 같고. 눈 감으면 형이랑 같이 놀았던 기억이 생생한데.."


한마디로 서글프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늙지만 마음은 늙지 않습니다. 그게 우리의 가장큰 갈등입니다. 

40대 중반이 지나면 갑자기 삶의 무게가 느껴집니다. 갱년기는 호르몬의 변화만이 아닌 마음의 변화입니다. 

외면했던 현실이. 아직 멀게만 느껴지던 인생이 조금씩 아프고, 병들고, 상처받으면서 더이상 외면할수 없는 현실로 인정되는 순간입니다. 

자녀는 뜻대로 되지않고, 믿고 살았던 배우자는 서로의 단점만 보이고,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숨막히는 감정의 해일이 밀려옵니다. 


전화를 끊고, 많은 생각과 마음에 꾹꾹 눌러놓은 감정의 편린들이 그리움이 되었습니다.

함께 음악하던 이들은 뭘하고 살고 있을까? 밤새 연주하며 웃고 웃었던 그 순간은 이제 다시 올수 없는, 억지로 잊으려 했던 추억입니다. 

그때 참 즐거웠는데...


매일 하나님의 나라를 소망합니다. 불현듯 마음에 불어닥치는 공허함조차 없는 '그 나라'에서 맘껏 소리치고 뛰어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루가 다르게 약해지는 육신의 약함을 체감하면서, 좀 더 즐거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럴 여유와 상황이 되지 않는다는 현실을 보며. 이제는 하나님 나라외에는 없음을 다시금 확인합니다. 교회의 추억을 안고 사는 아이들이 다시 교회로 다시 돌아오면 좋겠다 생각합니다. 

 

후배가 한 마지막 말이 귀에 맴돕니다. 

"교인들 중에 형 마음을 알아주는 성도는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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